“헤어지자”는 말에 폭력을 넘어 살인까지...
폭력적 이성을 애초에 거르는 방법은?
헤어지자는 말에 폭력을 넘어서 살인까지 저지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의대생(醫大生) 살인(殺人)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前)인 지난 3일,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연인(戀人) 관계(關係)였던 60대(代) 여성과
그의 딸을 살해한 뒤 도주한 60대 남성 박씨가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대검찰청(大檢察廳)의 통계(統計)에 따르면 교제(交際) 중 또는 교제 이후
가까운 관계(關係)에서 발생(發生)하는 ‘교제 폭력(交際暴力)’이
◈ 2014년 6,675건에서
◈ 2022년 1만2,841건으로 92.4% 증가(增加)했다. ‘
스토킹(stalking) 처벌법(處罰法)’ 처럼 별도(別途)의 법안 (法案)을 만들어
교제 폭력을 방지 (防止)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근본적인 인성(人性) 교육(敎育) 강화(强化)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신고만 7만7,000건,
살해된 여성은 49명
지난해 교제 폭력으로 경찰에 접수(接受)된 신고(申告)는 7만7,150건이다.
2020년(4만9,225건)보다 56.7% 증가(增加)했다.
1년 간 1만 3,939명이 교제(交際) 폭력(暴力) 피의자(被疑者)로 입건됐다.
교제 폭력은 점점 증가하는 모양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약 2만 6,000건의
교제 폭력 신고(申告)가 접수됐는데 하루 평균 214건(件) 신고 된 셈이다.
이중 검거된 사람은 4,395명, 구속(拘束)된 사람은 82명으로 집계됐다.
교제 폭력은 피해 범위가 넓다.
대부분은 가해(加害者)자와 피해자(被害者)가 연인(戀人)이었기 때문에
▣ 집 주소(住所)는 물론
▣ 직장(職場),
▣ 인간관계(人間關係) 등 노출(露出)된 정보(情報)가 많아서다.
따라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쉽게 접근(接近)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實際)로 살해(殺害)된 여성(女性)들도 많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지난해 연인(戀人)이었던 남성(男性)에 의해서
피살(披殺)된 여성은 49명이다.
다행스럽게도 미수(未遂)에 그쳐서 생존(生存)한 여성도 158명에 달했다.
대부분은 “헤어지자”는 말에 격분(激忿)했다는 것이 이유(理由)였다.
경상국립대 범죄심리학과 윤상연 교수는
“교제 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는 통제와 지배의 관계가 작용한다”며
“교제(交際) 폭력(暴力)은 관계를 훼손(毁損)한 피해자에 대한 처벌(處罰) 및
관계(關係) 유지(維持) 수단(手段)으로 행해진 폭력”이라고 말했다.
가학적인 성향… 미리 알기 어려워
헤어지자는 말에 폭력(暴力)을 넘어 살인(殺人)까지 저지르는 행위(行爲)의
기저(基底)에는 어떤 심리(心理)가 깔려 있는 걸까?
전문가(專門家)들은 도화선(導火線)으로 작용한 원인은 사례별로 다르지만,
공통적으로는 ‘가학적인 성향(性向)’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본다.
가학성(加虐性)이란 공감(共感) 능력(能力)이 부족(不足)하고 타인(他人)의
고통(苦痛)을 즐기는 병적(病的)인 성격(性格) 특성(特性)을 말한다.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임명호 교수는
“가학성이(加虐性) 있는 사람은 연애(戀愛)할 때 상대(相對)를 소유(所有)의
대상(對象)으로 바라보는 경향(傾向)이 있다”며
“이별(離別)을 통보(通報) 받으면 남 주느니 없애겠다는 심리나 어린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 쓸 때와 비슷한 심리(心理)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제(交際) 폭력(暴力)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潛在的) 가해자’를
찾아서 피해(披害)를 예방(豫防)하는 일은 어렵다.
가학성(加虐性)은 대개 타고나지만 사람들 개개인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고
환경적인 요인(要因)에 의해 교정(矯正)될 수도 있다. 게다가 정신 질환이나
인격(人格) 장애(障碍)가 가학성을 유발(誘發)하기도 한다.
임 교수는
“우울증(憂鬱症)이라면 전형적인 증상이 있어서 치료로 이어질 수 있는데,
가학성 (加虐性)은 간헐성 폭발 장애나 인지기능 저하, 과도한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原因)으로 촉발되기 때문에 미리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제 폭력 특별법 만들고 가중 처벌 필요
교제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 개선(改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現在), 교제(交際) 폭력(暴力)이라는 용어(用語)는 널리 쓰이고 있지만
법적(法的)으로 규정(規定)된 용어는 아니다.
연인(戀人)을 폭행(暴行)해도 일반(一般) 폭행죄(暴行罪)가 적용(適用)된다.
성폭력(性暴力)을 제외(制外)한
▶ 일반 폭행,
▶ 상해,
▶ 감금,
▶ 협박 등은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라서 피해자(披害者)가 처벌(處罰)을 원하지
않으면 구속(拘束)되지 않는다.
문제는 피해자(披害者)들이 처벌(處罰)을 원하지 않는 ‘이유(理由)’에 있다.
가해자(加害者)를 용서하는 마음보다는 가까운 사이였던 사람을 고발해야
한다는 심리적(心理的) 부담(負擔)과 보복(報復)의 두려움이 작용한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에서도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교제(交際) 폭력(暴力) 출동 중 절반 이상은 사건으로 접수되지 않고
현장(現場) 종결(終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연 교수는
“교제(交際) 폭력(暴力)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반의사불벌죄 규정에
의해 합의(合意) 요구 등 부당한 추가 (追加) 범죄가 발생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법률(法律)로 억제가 안 된다면 새로운 입법(立法)이 필요하다”며
“특히 신고(申告) 과정에서 접근금지(接近禁止) 등 적절(適切)한 대응(對應)
절차가 없다는 점은 특별법의 필요성을 더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교제 관계에 있을 때 폭행이 발생한 경우 양형 상 가중(加重)하는 등
현행(現行) 법률(法律) 내에서 운용(運用) 방식(方式)을 변경(變更)하는 것도
고려(高麗)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남 탓 많이 하는 사람 경계해야”
법(法)은 사후적(事後的)인 대처(對處) 수단(手段)이다.
법제도 개선과 더불어 인성 교육도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과거에 비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상대방(相對方)의 자율성(自律性)을
존중하는 문화가 부족하다는 것. 스토킹 재발 방지의 핵심이 교정인 것처럼
교제 폭력도 미리 교육하면 어느 정도는 예방(豫防)할 수 있다.
그런데 기본적인 인성(人性) 교육(敎育)의 중요성은 항상 간과(看過)된다.
임명호 교수는
“수학(數學)이나 영어(英語)를 공부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 (時間)을 쓰지만
기본(基本) 인성(人性)을 함양(涵養)하기 위해 학교에서 시간을 쓰라고 하면
학부모(學父母)부터 교육청(敎育廳)까지 고개를 흔든다”며
“성(性)과 사랑에 관련된 윤리 교육을 교과 과정에 포함시키긴 어렵더라도
상담(相談)센터 같은 곳에서 1년에 수 시간씩 교육하게끔 법제화(法制化) 할
필요성(必要性)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제(交際) 폭력(暴力)이 사적(私的)인 관계 (關係)에서 발생하는
만큼 개인(個人)이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助言)도 필요하다.
상대방이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다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
교제 폭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심리 현상을 하나 꼽는다면 ‘남 탓’이다.
임 교수는
“남 탓은 심리학적(心理學的)으로 투사(鬪士)라고 보는데, 성폭행(性暴行)
가해자(加害者)가 범죄(犯罪)를 저지르는 사유(事由)로서 피해자(披害者)의
짧은 옷을 꼽는 게 단적인 예”라며
“평소에 남 탓을 많이 하는 사람은 이별에 의한 좌절, 슬픔, 분노의 원인을
상대방에게서 찾다가 교제 폭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연애를 시작할 때는 가족(家族)이나 친구(親舊) 등 주변인 (周邊人)에게
알리고 서로 소개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도 좋다.
주변인(周邊人)들이 객관적(客觀的)인 판단(判斷)을 돕고, 혹시 발생할 지
모를 상황(狀況)에 즉각적(卽刻的)인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제(交際) 폭력(暴力)의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고립시키려는 경향이 있는데
주변(周邊)의 지켜보는 눈이 많다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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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 오상훈 핼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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