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糖尿病)' 명칭(名稱) 사라지나?
의학계(醫學界)에서는 술렁...
국내에선 한자 표기 안 해 뜻 몰라, 용어 변경 필요성 못 느껴
일본(日本) 의학계(醫學界)가 최근(最近) 당뇨병(糖尿病)의 명칭(名稱)
변경(變更)을 추진(推進)하고 있다.
당뇨(糖尿)의 '뇨(尿)'가 주는 나쁜 이미지 때문인데 국내(國內) 의학계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일본 NHK 보도에 의하면 일본당뇨병협회 등 관련 학회는 1~2년 안(內)에
당뇨병(糖尿病)의 새로운 이름을 지을 계획이다.
당뇨병(糖尿病)의 한자(漢字)를 풀이하면 '소변에 당(糖)이 있는 병'인데,
소변(小便)을 의미(意味)하는 '뇨(尿)'가 들어가 지저분하고 불결(不潔)한
병(病)이라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모든 당뇨병 환자의 소변에서 당이 측정(測定)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명칭(名稱)의 적절성(適切性)에 의문(疑問)을 제기하기도 한다.
처음 당뇨병(糖尿病) 용어(用語)를 만들 당시에는 소변 검사(檢査)를 통해
당(糖)이 있는지를 판단(判斷)했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지만, 현재는
혈당(血糖) 검사를 통해 당뇨병 여부(與否)를 판단한다.
당뇨병(糖尿病)이라는 이름은 1907년 일본내과학회가 만든 용어(用語)로,
오늘날까지 우리나라도 이 용어를 쓰고 있다.
당뇨병 명칭, 의미상 적절치 않아...변경에는 신중 필요
일본이 당뇨병(糖尿病) 명칭 변경(變更)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변경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당뇨병학회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한자를 병기하기 때문에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것 같은데, 우리는 한글로 표기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당뇨병이라는 용어를 크게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기관 (政府機關)이나 법령 등에서도 당뇨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학회가 당뇨병 명칭이 적절한지 혹은 변경이 필요한지에
대해 검토(檢討)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뇨병이라는 용어가 현재의 의료 행위 및 기술에 부합(符合)하진 않지만
용어(用語) 변경(變更)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윤건호 교수는
"당뇨병(糖尿病)이라는 용어는 오래 전 당이 왜 소변(小便)으로 나오는지
모르던 시절 지어진 이름이다 "며 "소변으로 당이 배출되는 건 고혈당으로
인(因)한 2차 현상으로, 현재 명칭이 적절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全)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使用)되고 있는 용어이기 때문에
이름을 바꾸는 작업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영어(英語)에서는 '당뇨병 (糖尿病)'을 'Diabetes Mellitus' 라고 하는 데,
어원(語源)인 그리스어의 의미는 '당(糖0이 낭비된다'는 뜻이다.
학회 관계자는
"포도당(葡萄糖)이 열량(熱量)으로 쓰이지 못하고 소변으로 빠져나가서
낭비(浪費)된다는 것으로, 이 역시 당뇨 (糖尿)와 똑 같은 맥락(脈絡)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영어(英語) 명칭(名稱)도 소변에서 당(糖)이 배출(排出)된다는 병적(病的)
현상(現象)을 반영(反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신분열증과 간질은 변경... 치매 용어 논란은 현재 진행 중
국내 의학계는 당뇨병 명칭 변경을 본격적으로 논의하지는 않고 있지만,
명칭(名稱)이 변경(變更)될 가능성(可能性)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학회(學會)는 올해 초 '1형 당뇨병' 명칭 변경을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에
대통령(大統領) 공약(公約)으로 제안(提案)했다.
췌장(膵臟) 기능이 손상(損傷)돼 평생 인슐린(insulin) 투여를 해야 하는
"1형(型) 당뇨병(糖尿病)"은 장애(障碍)로 인정 (認定)해야 한다는 점에서
'췌장장애'라는 용어(用語)가 보다 적절하다는 제안이다.
1형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투입을 받지 않으면 혼수(昏睡) 상태(狀態)에
이르게 된다는 점에서 보다 직관적인 용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학회는 1형 당뇨병(糖尿病)을 췌장장애로 보고 중증 난치질환으로
지정(指定)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이 병명(病名)을 바꾼 뒤 국내에서 용어가 변경된 대표 사례도 있다.
일본정신신경학회에서는 '정신분열증'을 '통합실조증 (統合失調症)'으로
변경하는데 나섰고 2002년 병명(病名)이 변경(變更)됐다.
이후 국내에도 대한정신분열병학회를 주축으로 정신분열증(精神分裂症)
명칭 변경이 추진(推進)됐고, 2012년 조현병(調絃病)으로 병명이 바뀌는
법령(法令)이 공표됐다. 학회명(學會名)도 대한조현병학회가 됐다.
간질(癎疾)을 뇌전증(腦電症)으로 바꾼 것도 대표적인 병명 변경 사례다.
대한뇌전증학회는 간질로 인한 사회적 낙인(烙印)이 심각하다고 판단하여
2012년 '뇌전증'으로 용어를 변경했고 2014년 법령(法令) 용어(用語)가
뇌전증(腦電症)으로 바뀐 개정안(改正案)이 고시(告示)됐다.
현재 질환명(疾患名) 변경(變更)을 두고 가장 떠들썩한 건 '치매(癡呆)'다.
일본은 2004년 치매를 '인지증'으로 바꾸고 관련 법령을 개정했다.
치매(癡呆)를 한문 그대로 해석(解析)하면 '어리석고 미련하다'는 뜻이다.
환자(患者) 및 보호자(保護者)에게 수치심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국내에서는 대한치매학회가 '인지저하증(認知低下症)', '기억장애증' 등
대체 용어를 찾고 있지만 아직 명칭 변경에 신중한 입장이다.
앞선 대국민 인식 조사에 의하면 국민
◆ 45%는 치매 명칭을 유지하든 바꾸든 상관없다고 답했고
◆ 28%는 유지해야 한다고 답해
70% 이상이 용어 변경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한자어(漢字語)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국민들에게는 치매(癡呆)에 담긴
의미(意味)보다 용어 변경 후 찾아올 수 있는 불편(不便), 혼란(混亂) 등이
더 크게 인식(認識)되고 있는 것이다.
병명을 변경하려면 국민들의 호응도 등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당뇨병은 명칭이 가진 의미상 변경의 당위성이 있긴 하지만 실제 변경을
추진하려면 명칭에 대한 일반 국민 인식 조사 등 검토해야 할 과제들이
여전히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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